“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 민원”
“사망 확인” 장례식장까지 찾아
2년 전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이영승 교사는 사망 전날까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사망 사실을 확인해야겠다며 장례식장까지 찾아온 학부모까지 있었다.
13일 MBC에 따르면 의정부 한 초등학교 초임교사였던 이씨는 부임 첫 해인 2016년부터 일부 학부모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2016년 이씨가 담임을 맡은 6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업 중 일어난 사고라서 학생 측에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학생 측 부모는 더 많은 돈을 요구했고, 학교 측은 휴직하고 군 복무 중인 이씨에게 직접 해결하라고 했다.
학부모는 3년이 지난 2019년 12월 31일에도 해당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2차 수술을 앞두고 있다며 돈을 달라는 요구를 지속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씨가 숨진 당일 ‘오늘 감기로 조퇴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장기결석 학생의 어머니로, 다음날까지 답을 받지 못하자 바로 당일 교무실을 찾아왔다.
동료교사가 학부모에게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고 알리자 학부모는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직접 사망을 확인하러 장례식장까지 찾아갔고 “인사하러 온 거 아니다”라며 조문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가 못 올 데 온 거 아니잖아요”라며 유족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씨는 목숨을 끊기 전날까지도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는 민원을 받았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화를 심하게 낸 후에도 교감을 만나고 직접 교실을 찾아가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씨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교사 극단선택을 ‘단순 추락사’ 보고
전교조 경기지부, 새로운학교 네트워크 등 경기도 내 5개 교원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유사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 악성 민원 방지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단체들은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교사가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과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도, 또 담임교사 자리를 맡아야 했다”며 “또 다른 선생님도 부임 첫해 학급 교육활동 중 학생의 실수로 손가락을 다친 학생의 부모로부터 보상 요구 민원을 지속해서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해당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에 단순 추락사고로 보고했다”면서 “두 명의 담임교사가 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 민원으로 인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심각한 사건에 대해 축소 보고한 것이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대응팀을 꾸리고 당시 학부모 민원 및 사고 경위서 작성 등 사망 사고와 관련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김유민기자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롤스로이스男, 단골병원에서 11차례 마약류 처방 (0) | 2023.08.16 |
---|---|
‘5대 강력범죄’ 저지른 소년범…형사처벌은 3%만 (0) | 2023.08.16 |
‘집단항명’ 해병대 전 수사단장, 군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한다 (0) | 2023.08.14 |
‘내 아이는 왕의 DNA’ 교육부 사무관 결국 사과 “자식 안타까움에…” (0) | 2023.08.14 |
"학부모들이 전화를 해서…" 안타깝게 숨진 서이초 교사, 일기장 내용 공개됐다 (0) | 2023.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