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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윤석열 대통령,누구와 어떻게 싸우겠다는 걸까

by 이슈나우1 2023.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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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염수를 모두 방류하는 데는 앞으로 짧으면 30년, 길면 5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로써 인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원전 오염수 대량 방류 사태를 적어도 30년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사이 우리 사회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쏟아졌는데요.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지난 8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발언입니다.

 

윤 대통령은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아래와 같이 말했어요. "이번에 후쿠시마 거기에 대해서 나오는 거 보십시오.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이제 이런 세력들과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 8월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예측 불가능한 ‘30년간 오염수 방류’… 대통령·정부는 ‘안전하다’?

 

위 발언에 담긴 윤 대통령의 생각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렇습니다.

①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

②오염수 방류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1+1=100’과 같은 비상식적인 주장이다.

③이처럼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는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많은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는 문제가 없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염수 정화장치(ALPS)를 통해 방사성 유해물질을 대부분 걸러낼 수 있고, 걸러지지 않은 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죠.

 

반면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검증 과정에서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가 다수 사용된 점, 그리고 정화장치의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들은 무엇보다 원전 오염수를 인위적으로 대량 방출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오염수 방류가 앞으로 해양 생태계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 오염수 방류가 안전한지 아닌지는 과학적으로도 논쟁의 여지가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오염수 방류가 앞으로 최소 30년, 길게는 50년간 계속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30년, 50년 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우리 국민 75% ‘오염수 방류 걱정된다’ 오늘(9월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중 75%는 ‘오염수 방류가 걱정된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비교적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보수 성향 응답자들 역시 58%가 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표했다고 해요.

즉 대부분의 국민들은 오염수 방류 이후 찾아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 국민 중 75%는 ‘오염수 방류로 인해 우리 해양과 수산물이 오염될까 걱정된다’ 라고 답했습니다. (출처: 한국갤럽)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러한 불안감을 ‘1 더하기 1도 모르는’ 비상식으로 간주하고 있는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싸울 수밖에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는듯한 모습도 보였죠.

 

국민의 미래를 지켜야 할 지도자가, 미래를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싸우겠다며 엄포를 놓는 모습. 정작 불안의 원인인 오염수가 콸콸 쏟아지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오염수 방류에 무관심한 일본 언론… ‘정부·기업이 언론 장악한 탓’

 

그렇다면 오염수 방류의 당사자인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요. 뉴스타파는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게 될 일본을 찾아 현지의 분위기를 취재했습니다.

 

오염수 방류 이후 사흘이 지난 8월 27일, 일본 후쿠시마 현지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열렸어요.

 

좀처럼 집회·시위를 하지 않는 일본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큰 규모의 집회였습니다.

 

이 날 집회에는 후쿠시마 현지 주민들과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 한국의 국회의원들도 참여해 발언을 했습니다.

▲ 지난 8월 27일, 후쿠시마 현지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날 시위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 국내 방송사 중 아무 곳도 취재를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중국 CCTV 등 해외 언론들의 카메라였습니다.

 

후쿠시마 주민들이야말로 오염수 방류에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인데, 정작 일본 언론은 이들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 내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원자력 업계가 언론을 장악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전기가 민영화된 나라입니다. 따라서 여러 민간 업체가 각각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업체들은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동원해 언론을 길들여 왔다고 해요.

 

또 일본 정부 역시 막대한 예산을 동원해 후쿠시마 원전은 안전하다는 광고·홍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언론은 정부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발표 저널리즘’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전통적으로 정부와 언론이 강하게 유착해 있는 것이죠. 후쿠시마 현지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자국 내 언론에 대해 강한 불신과 냉소를 보였습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매스컴이 좋은 면만 내보내고 나쁜 면은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일본의 나쁜 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여러 곳에 연락했을 건데 매스컴은 전혀 안 왔다. 이것이 일본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에 참여한 후쿠시마 주민은 자국 내 언론에 강한 불신을 보였습니다.

 

 

싸울 수 밖에 없다’ 라는 대통령… 그 결과는?

 

뉴스타파 취재진이 확인한 일본의 분위기는 불신과 냉소, 체념과 무지가 섞여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정부와 언론에 기대조차 없어 보였고, 도쿄 등 대도시의 시민들은 오염수 방류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나마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시민들도 ‘정부가 결정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야당과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바로 다음날이었죠. 이동관 위원장은 취임 즉시 공영방송이 ‘가짜뉴스 확산으로 국론을 분열시켰다’ 라고 비난하며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뒤 윤 대통령은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싸울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그들과 어떻게 싸우겠다는 것일까요? 그리고 싸워서 이기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정부와 기업이 언론을 장악한 사회. 그래서 국민들이 불신과 냉소, 체념에 빠져 있는 사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어떤 언론도 관심을 주지 않는 사회.

 

뉴스타파가 본 일본 사회의 모습은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유’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대통령의 ‘싸움’ 끝에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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