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예산보다 의원 편의 몰두
역대 최대 세수펑크 우려에도
멀쩡한 의자 교체에 ‘흥청망청’ 30억 들여
와이파이 속도 개선 연수원 시설 넓히는데 3억 합의
“이런 거로 해서 많은 분이 지금 허리가 아파요.”
지난 10일 국회사무처 대상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비품이라든지 의자 같은 것 교체 주기가 어느 정도 됩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편하게 착용감이 있는, 여기다 실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불평을 쏟아내면서 의자 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집착하기보다는 착석감을 고려해 바꿔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멀쩡한 의자를 하필 이 시국에 교체하자고 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지금 그래서 의자 샘플을 갖다 놓았다”며 “의원님들 앉아 보시고 그중에 선택하는 과정에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앞에서는 연일 “민생경제”를 외치면서도 의자 샘플에 앉아보고 편안한지 평가를 하는 때아닌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문화일보 취재 결과, 실제로 국회사무처가 운영위 회의실에 비치된 의자 100여 개에 대한 교체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운영위 예산소위에서도 한 여당 의원이 즉석에서 의자 교체를 위한 증액을 신청하자 국회사무처는 “1개당 1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며 난색을 표명했지만, 끝내 올해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교체가 예정된 현 운영위 회의실 의자는 고급 원목과 가죽 소재로 제작됐다. 연식(1997년부터 순차 도입·개당 67만 원)이 오래되긴 했으나 훼손으로 인한 ‘사용 불가’ 상태는 없었다.
국회사무처는 업체와 가격 협상을 해서 개당 단가를 60여만 원 정도로 구입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총 소요 예산은 6000만 원이나 된다. 이처럼 피감 대상인 국회사무처가 예산 심의권을 쥔 운영위 소속 의원들의 민원을 수용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을 예의주시하며 민생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역대 최대 세수 펑크 우려에도 정작 자신들의 의정환경 개선에 투입될 ‘국민 혈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흥청망청 사용한다는 지적이다.
운영위 회의실에 한정, 의자 교체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연쇄적으로 교체를 요구할 시 소요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최대한 아껴 쓰려고 우선은 운영위 회의실부터 교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올해 예산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 외에도 지난 15일 운영위 예산소위의 국회 예산 예비 심사에서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증액에 합의했다.
6급 이하 보좌진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약 43억 원, 국회 경내 통신 속도 개선 약 30억 원, 국회 고성연수원 시설 개선 3억 원 등이다.
김성훈·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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