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입건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에 임명됐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가장 ‘윗선’으로 의심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핵심 수사 대상을 국외로 내보내는 인사를 한 셈이다. 4일 외교부는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이 전 장관처럼 외무공무원 신분이 아닌 자를 주재국 대사로 임명하려면 대통령이 특임공관장으로 임용해 외무공무원 신분을 갖추게 해주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으로 채상병 사건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0일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 보고서에 결재한 뒤 이를 하루 만에 뒤집고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이같은 지시 번복의 배경에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31일 이 전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의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라고 질책을 한 뒤 사건 이첩이 보류됐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 전 장관과 대통령실 관계자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에는 채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관련 자료를 회수하는 데 관여한 당시 신범철 국방부 차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이어 이 전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했고, 이 전 장관은 탄핵소추를 피하기 위해 사의를 밝힌 뒤 지난해 10월 퇴임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유재은 관리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국방부 검찰단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하며 강제수사를 시작했다. 사실상 이 전 장관을 향하는 수사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데 호주 대사로 보내면 공수처가 소환 조사마저 하기 힘들어진다.
채상병 사건의 실체를 덮기 위한 인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인사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의 경우 공수처 수사의 피의자일 뿐 아니라 박 대령의 상관명예훼손 혐의 재판에서 피해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증인으로 출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대사 임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해병대 등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수사의 속도를 내려 한 공수처 역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날 공수처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수사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적정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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