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이 동갑내기 친구 손준호(32)을 향해 감동의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대한축구협회(KFA)은 27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손흥민이 득점 후 외친 말! 웰컴 백 준호!'라는 글과 함께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영상을 공개했다.
손흥민은 지난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원정 경기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선 후반 9분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트려 3-0 승리를 도왔다.
KFA가 공개한 영상 속 손흥민은 골을 넣은 뒤 달려오는 이강인을 힘껏 껴안는다. 이어 팬들을 향해 달려가다 KFA 카메라를 발견하고 방향을 틀어 다가가 "웰컴 백 준호!"라고 힘차게 외친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대표팀 동료인 손준호의 석방과 입국을 축하한 것이다. 해당 장면은 중계 당시에는 담기지 않았다.손준호 동갑내기 친구 이재성도 손준호의 석방 소식에 기쁨을 나타낸 바 있다.
이재성은 지난 25일 태국전 사전기자회견에 "그동안 가슴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기쁜 소식을 들어서 고맙다. 좋아하는 축구를 다시 하기를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틀 전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KFA는 "중국에 구금 중이던 손준호가 풀려나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고 25일 밝혔다.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서 재판을 받던 손준호는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고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손준호와 절친한 사이인 손흥민은 손준호의 구금 당시 착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A매치 기자회견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어떤 사태인지 알 수가 없다"며 "(손)준호와 어릴 때부터 호흡을 맞추고 가장 가까운 사이다.
그전까지 자주 보고 지냈었는데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난 뒤부터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 더 걱정된다"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님 말처럼 기도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하루빨리 준호가 좋은 결과를 얻어 다시 팀에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한 바 있다.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항이 홍차오공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이후 형사 구류돼 야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손준호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였다.
이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등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중국 현지 언론은 손준호가 소속팀 승부 조작에 가담했거나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손준호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6월 손준호에 대한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자 구속(체포) 수사로 전환했다. 형사 구류란 공안 당국의 결정·관리 아래의 '임시 구속'을 의미한다. 구속 수사 전환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시 손준호의 상황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점이 팬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한국 외교부까지 나섰지만 중국 공안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을 한국에 알리지 않았다. 다만 한국 외교당국이 손준호에 대한 인권 침해 여부가 없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만 전했다.
중국 당국이 손준호를 구속 수사로 전환하면서 사태는 장기화됐고 소식도 잠잠해졌다. 지난해 손준호는 산둥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내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바 있다. 하지만 산둥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 선수 프로필란에서 손준호를 제외시키며 사실상 구단 선수가 아님을 공식화했다.
이후 손준호는 10개월여간 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승부조작 관련 무혐의 판정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손준호도 직접 팬들에게 귀국 인사말을 남겼다. 손준호가 직접 소식을 전하기까지 무려 10개월이 걸린 것이다.
그는 27일 개인 SNS 계정을 통해 팬들에게 "안녕하세요 손준호입니다. 인사가 많이 늦었습니다"라며 "저는 무사히 돌아와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랜 시간 잊지 않고 관심 가져주시고 기다려주시고 걱정해주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손준호는 귀국 후 가족과 재회해 눈물을 흘렸다. 이후 심리 검사 등 치료를 하며 그라운드 복귀를 준비 중이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인 박대연 NEST 대표는 '뉴시스'를 통해 "손준호의 현재 상태는 괜찮다. 본인도 그라운드 복귀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몸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오랜 수감 생활에도 정신적으로 안정적이다. 오랜 기간 응원해 주시고 힘이 돼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많은 배려를 해준 중국 당국에도 감사드린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서 그라운드에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손준호도 최선을 다하고, 저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축구 해설위원 박문성도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손준호와 통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문성은 25일 유튜브 채널 '달수네라이브'를 통해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인터넷 생방송 종료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손준호 선수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손준호 선수가 울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손준호 선수가 계속 울면서 고맙다고 얘기했다. 많은 사람이 신경 써주고 관심을 갖고 잊지 않아 줘서 본인이 돌아올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박문성은 "거의 1년 만에 손준호 선수가 한국에 들어왔다. 저도 전화 받고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고생했다고 다 잘 될 거라고 얘기했다"며 "얼마나 무서웠을까. 먼 곳에서 누구도 만날 수 없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한순간에 모든 게 무너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손준호 선수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했을지 모를 정도로 당혹스러웠다. 무조건 괜찮다고 이제 울지 말라고 다독였다"고 덧붙였다.
박문성이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손준호는 이미 지난주 석방됐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했다고. 박문성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도 긴박했던 것 같다. 원래 지난주에 석방이 됐다더라. 근데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내리기 전까지는 혹시 또 잡혀갈까봐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더라"며 "물론 손준호 선수에게 물어보니 모든 복잡한 과정이 끝났다고 한다. 다시는 중국에 안 가도 되고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며 "석방됐지만 트라우마가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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