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잔인한 생체실험을 자행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조직 구성과 대원 명단 등을 담은 공식 문서가 발간됐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1940년 조직 개편 당시 관동군에 의해 작성된 이 문서는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 마쓰노 세이야 연구원이 발견했다.
문서에는 부대 구성과 함께 소속된 대원의 이름, 계급 등의 정보가 기록돼 있다.
장교 명단에는 이시이 시로 부대장을 비롯해 총 97명의 이름이 계급과 함께 기재됐으며 군의관 이외에 대학 의대에서 파견된 의학자들도 '기사'(技師)라는 직함으로 열거돼 있다.
문서에는 731부대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세균전 부대’로 통했던 100부대 직원 명단도 포함됐다.
마쓰노 연구원은 "부대의 구성과 함께 부대원의 이름, 계급 등이 명시된 구 일본군 작성 자료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누가 어떤 식으로 부대에 관여했고 전후 어떻게 살았는지 밝힐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생화학무기개발을 위해 중국 하얼빈 남쪽 교외에 구성됐던 일본의 기밀 부대다.
이 부대에 끌려온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등 전쟁 포로들은 일본어로 '통나무'를 뜻하는 ‘마루타’라고 불렸다.
부대 소속 의사와 과학자들은 이들을 페스트균, 탄저균 등 여러 세균에 감염시켜 관찰하거나, 산채로 해부하는 등 잔혹한 실험을 행했다.
하얼빈시가 확보한 명단에 따르면, 이 부대의 실험실에서 죽어간 사망자는 3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일본이 패전하기 직전 731부대와 관련된 자료를 소각 명령 등을 통해 대거 인멸해 구체적인 전말과 책임자를 가려줄 증거가 부족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은 단편적이고 간접적인 자료와 증언 등으로만 실태 규명이 시도 돼왔다.
공식 명단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731부대에서 악행을 자행한 의사 등이 과거를 숨기고 일본의 병원이나 제약회사로 돌아가 의사 생활을 이어갔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제기돼 왔다.
교도통신은 "이번 문서는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발굴됐지만 정부 보유 자료가 어딘가 파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일본 정부가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것으로 알려진 자료를 비롯해 책임감을 갖고 자료를 수집해 실태를 밝힐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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