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이유로 집단폭행…
SNS 사전 공지까지 피해 학생은 뇌진탕…
"여러 번 정신 잃기도"
[기자] 충남 천안에서 여학생 둘을 또래 학생 수십 명이 집단 폭행했습니다. 피해 학생들을 에워싼 채 때리고 조롱하며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천안의 한 공사장인데요, 흰옷을 입은 여학생을 수십명이 둘러쌉니다. 뺨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끌어당겨 넘어뜨립니다. 머리를 발로 마구 찹니다.
당시 상황 들어보시죠.
"야 내 손 잡고 때려! 싸대기 때려!"
"그렇지!"
"X나 멋있어 XX!" (일동 폭소)
"뭘 쳐다봐?"
"아 비켜봐! 잘 안 보여!" (집단폭행)
"○○아 X나 멋있어!"
"X나 섹시해!"
"나도 올라탈래!" (피해자 위에 올라탐)
"XX 정신 차리라고!"
[앵커] 지금 무자비하게 폭행을 하는 상황인데, 저게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라는 거잖아요. 둘러싼 청소년들은 피해 여학생들이 맞을 때마다 더 때리라고 부추기고 있네요.
[기자] 더 끔찍한 건 지금 겁먹은 피해 학생들을 둘러싸고 여러 명이 동시에 휴대폰으로 촬영까지 했다고요? 네.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찍고 있는 상황이었고, 가해 학생들은 대놓고 라이브 방송까지 했습니다.
죄책감이라고는 전혀 없고 오히려 자랑거리로 여기는 듯합니다.
[앵커]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폭행이 이어졌다고 하는데, 정말 끔찍합니다. 왜 때린 겁니까?
[기자] 당시 초·중학생 11명이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을 때렸습니다.
피해자들이 자신들 뒷담화를 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폭행 전 장소를 SNS에 미리 공지했고, 구경하러 수십 명이 또 모였습니다.
폭행 이후 한 피해 학생은 뇌진탕을 진단받았고, 정신적 충격으로 등교는 물론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앵커] 가해 학생 대부분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고요?
[기자] 가해자들은 1명을 빼면 모두 만 14세가 넘지 않은 촉법소년이었습니다. 가해 학생 대부분이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라 수사가 마무리돼도 검찰이 아닌 소년부로 송치될 전망입니다.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피해자 가족 : 저는 그 영상을 보면서 어린 아이들이라고 볼 수도 없고…웃고 떠들고 응원하고 섹시하다고 하고…이거는 촉법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진짜 소름 끼칠 정도였거든요.]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 주민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대처를 못 했다고요? 큰 소리와 비명이 나자, 경찰 신고도 5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4차례나 그냥 돌아갔습니다. 피해 학생 가족은 얼굴을 비롯해 여러 곳을 맞고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창백한 얼굴을 한 중1 여학생이 모습을 보고도 '넘어진거다'라는 한 마디에 그냥 돌아갔다며 경찰의 대응을 비난했습니다.
[앵커] 앞서 영상에서 봤듯이, 피해 학생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습니다. 여중생 가족들은 아이의 상태를 보면 폭행 흔적이 분명한데 경찰이 그냥 현장을 떠날 수 있는지 분통을 터트린 건데요. 경찰 측 입장은 뭡니까?
[기자] 피해 중학생은 당시 "집단폭행으로 여러 번 정신을 잃기까지 했다"는데요. 경찰이 다가왔을 때 "나를 때린 언니들이 옆에서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어 겁에 질린 내가 '넘어졌다'고 답하니 경찰이 그대로 돌아갔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 (피해 학생이) 애들한테 맞은 게 아니고 넘어져서 다쳤고, 넘어지는데 그 애 친구한테 밟혔다.]
[앵커] 언니 오빠들이 주변에서 쳐다보고 있는데, "저 사람들이 때렸어요!"라고 쉽게 말할 수 있었을지…
[기자] 결국 피해 학생의 넘어졌다는 말에 그냥 돌아간 경찰은, 5번째 출동 만에야 폭행 피해를 파악했습니다. 경찰은 가해자 11명 가운데 8명만 신원을 파악했고 곧 소환합니다.
누리꾼들은, "촉법 때문의 아이들이 더 악랄해지고 더 위험해집니다." "아 제발…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네요. 악마같아요. 촉법 폐지 촉구합니다." 이런식의 댓글도 남겼습니다.
[앵커] 지금 저게 충남 천안에서 지난달 21일에 벌어진 일인데, 2주 전에도 천안에서 학생끼리 비슷한 폭행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충청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저녁에, 천안시 신부동 공터에서 여중생이 또래 남·여학생 20여 명에 집단으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같은 학교 동급생들이 20여 분간에 걸쳐 일방적으로 폭행한 겁니다. 피해 학생은 머리카락이 뽑히고 이마와 얼굴 등 입가가 찢어졌습니다.
더구나 폭행 지점은 근처 파출소에서 300m에 불과해 도보로 5분 거리였다고 합니다.
[앵커] 그냥 10대 청소년들의 철없는 짓이라고 하루 보도하고 말기엔… 참 걱정스러운 사안입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확정된 사실은 아닙니다만, 경찰 추산 20~30명이 모여든 학생들이, 서로 말리기는커녕 스마트폰으로 폭행 장면 촬영에 몰두했습니다.
더 심하게 때리라고 부추긴 방관자들도 많았습니다. 이걸 소셜미디어에서 생중계하거나, 촬영본은 올려 널리 퍼뜨렸습니다.
그 2주 전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여중생이 또래 남·여학생 20여 명에 집단으로 폭행당했습니다.
모두 천안 동남경찰서 관할 지역이라고 하는데, 경찰과 지역 교육 당국 모두가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 없도록 대대적인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재승 기자 (lee.jaese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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