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잔혹 살해 30대 항소심서 심신상실 주장 뱀 형상의 외계인이라 인식살인 고의 없었다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딸이 외계인이라 생각해 죽였다면서 살인이 아닌 살생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1형사부(박선준 정현식 배윤경 고법판사)는 지난 7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30대 여)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부모 잔혹 살해. 귀신이 시켜서 횡설수설
A 씨는 지난해 7월 21일 경기 군포 산본동의 한 아파트에서 계부(60대)와 친모(50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흉기로 부모의 눈과 성기 등을 수백 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이 벌어진 아파트에는 부모가 살았고, A 씨는 따로 생활하고 있었다.
계부는 뇌졸중 등 지병으로 10여 년 넘게 병상에 누워 지냈고, 친모가 생계를 책임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범행 후 체포 과정에서 귀신이 시켜서 그랬다 빙의했다 등의 진술을 하며 횡설수설했다.
그는 2015년 3월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1심, 심신상일 인정 안 해
징역 15년 1심 법원은 지난 3월 A 씨의 존속살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또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심신상실의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수사기관에서 완벽하게 죽여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아빠 먼저 처리하려 했는데 엄마가 말려서 엄마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는 등 여러 사정을 비추어 볼 때 심신 미약을 넘어 통제 능력이 결여된 상실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A 씨 측은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변호인 뱀 외계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심신상실
이날 항소심 첫 공판에서 A 씨 측 변호인은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왔다.
변호인은 A 씨가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해했지만 심신상실 상태에서 부모가 뱀 형상을 한 외계인으로 보여 살해한 사건이라며 살인이 아닌 살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모를 뱀과 외계인으로 인식했고, 피고인 입장에서는 뱀을 죽인 것이기 때문에 살생이 맞다.
따라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A 씨 측은 1심에서도 심신상실을 주장한 바 있다. 심신상실은 심신의 장애로 인해 변별력이 없거나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형법은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자를 책임무능력자로 간주해 그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
심신 미약은 심신의 장애로 인해 변별력과 의사 결정력이 미약하나마 있는 상태로, 심신미약자의 행위는 형이 감경된다.
법원 지금 정상적인데? 변호인 현재는 치료 중
2심 재판부는 변호인의 이러한 주장에 씨 측이 제출한 정신감정서에 A 씨가 심신상실 상태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변호인은 이 사건 범행 전 A 씨는 방바닥에 생리혈을 흘리고 다니고, 곰팡이를 핥고 다녔다면서 그때 이미 심신상실로 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 범행은 심신상실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씨가 현재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심신상실 상태가 범행 당시 일시적이었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변호인은 지금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어 정상적인 상태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아서 범행 당시 망상과 환각이 지배하는 상태였다면서 현재 의사소통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범행 당시의 심신 상태와는 별개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심신상실 상태의 일시적 여부, 심신상실 발현의 전조증상 등을 정신감정서 등을 통해 면밀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공판은 8월 25일 열린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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